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정부는 이를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번 협상은 최악의 시나리오만 간신히 피한 채 막대한 장기 부담을 떠안은 ‘차악의 선택’에 불과하다.
◆ 한미 FTA 무력화와 수출 경쟁력 약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미 FTA 하에서 누려왔던 무관세 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점이다.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일본·EU와 동등한 수준일 뿐 십수 년간 공들여 구축한 FTA의 혜택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 3,500억 달러의 천문학적 부담
한국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며, 이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단지 충격을 분산시킨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3,500억 달러라는 현금을 구할 방법이 없어 연간 200억 달러로 설정한 것일 뿐이다. 투자처는 미국이 결정하고, 한국은 그에 따라 현금만 내는 굴욕 협상이다.
◆ 불공정한 수익 배분 구조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가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기로 한 점은 일본과 같은 조건이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경제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외환 리스크와 투자 리스크를 모두 떠안으면서도 수익은 절반만 가져가는 구조다.
◆ 외환시장 안정성 우려
이재명 대통령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연간 외화 조달 규모가 150억~200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지속될 이 부담은 한국 경제에 구조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 협상력 부재의 민낯
이번 협상 과정은 한국의 협상력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에 3,500억 달러에서 소폭 증액해 일본의 5,500억 달러에 더 가까워지게 내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니며 방어적 협상만을 반복했을 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정부는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냈고, 자동차 관세를 일본·EU 수준으로 낮췄다며 성과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최악을 피했다는 것일 뿐, 근본적으로 한국이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미국에 의존하는 비대칭적 관계, 그리고 일방적인 요구에도 대응 카드가 없는 협상력 부재 등 이번 협상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앞으로도 한국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소나기는 피했지만, 폭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논평/브리핑
[김연욱 선임대변인 논평] 한미 관세협상 타결, ‘최악 회피’일 뿐 근본 문제는 남았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최악 회피’일 뿐 근본 문제는 남았다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정부는 이를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번 협상은 최악의 시나리오만 간신히 피한 채 막대한 장기 부담을 떠안은 ‘차악의 선택’에 불과하다.
◆ 한미 FTA 무력화와 수출 경쟁력 약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미 FTA 하에서 누려왔던 무관세 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점이다.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일본·EU와 동등한 수준일 뿐 십수 년간 공들여 구축한 FTA의 혜택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 3,500억 달러의 천문학적 부담
한국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며, 이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단지 충격을 분산시킨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3,500억 달러라는 현금을 구할 방법이 없어 연간 200억 달러로 설정한 것일 뿐이다. 투자처는 미국이 결정하고, 한국은 그에 따라 현금만 내는 굴욕 협상이다.
◆ 불공정한 수익 배분 구조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가 수익을 5대 5로 배분하기로 한 점은 일본과 같은 조건이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경제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외환 리스크와 투자 리스크를 모두 떠안으면서도 수익은 절반만 가져가는 구조다.
◆ 외환시장 안정성 우려
이재명 대통령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연간 외화 조달 규모가 150억~200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지속될 이 부담은 한국 경제에 구조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 협상력 부재의 민낯
이번 협상 과정은 한국의 협상력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에 3,500억 달러에서 소폭 증액해 일본의 5,500억 달러에 더 가까워지게 내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니며 방어적 협상만을 반복했을 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정부는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냈고, 자동차 관세를 일본·EU 수준으로 낮췄다며 성과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최악을 피했다는 것일 뿐, 근본적으로 한국이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미국에 의존하는 비대칭적 관계, 그리고 일방적인 요구에도 대응 카드가 없는 협상력 부재 등 이번 협상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앞으로도 한국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소나기는 피했지만, 폭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5년 10월 30일
새미래민주당 선임대변인 김연욱